작년 하반기에 딸아이와에 이야기 중에 <토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워낙에 유명한 글이었던 터라, 읽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던 토지는 책으로 만난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통해서 만났었기에 서희와 길상이와 간간히 용이라는 인물만 생각이 났었다. 그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은 이유는, 드라마를 끝까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워낙 드라마를 꾸준하게 보지 않은편이라 한 두번 보고는 다 봤다고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다. 게다가 그 당시엔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다시보기가 편했던 시기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이와 <토지>를 함께 읽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5부까지 총 21권이나 되는 대작을 선뜻 건네주기엔 겁이 나서 청소년용 토지를 구입했다. 거의 반으로 압축되어져 12권으로 되어 있는 책이다.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경리 대하역사 장편소설인 <토지>는 1860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종 31년이었던 1894년에 일어났던 동학농민운동과 공사노비제 폐지,갑오개혁과 1895년에 일어난 을미사변까지의 사건들은 하동 평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다섯살 서희가시도때도 없이 기침을 하는 아버지 최치수를 무서워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어진다. 평사리의 대지주 최 참판가는 마님인 윤씨부인이 있고, 최 참판가의 당주인 최치수와 별당아씨 사이에 서희가 있다. 최 참판가에하인으로 들어온 구천은 보통의 하인들과는 다른 이였다.다가가기 힘든 위엄이 있던 구천이 별당아씨와 함께 사라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몰랐다.다섯살 어린 서희는사라져 버린 엄마를 찾으면서도 봉순이와 길상이와 놀기에신이 난 어린 아이였다.
평사리의 상민인 용은무당의 딸인 월선 대신 강청댁과 결혼하나 정을 못 붙이고 자식도 없이 살아간다.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온월선을보면서 용은 월선을 만나기 시작하고, 강청댁은 용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화를 월선과 동네사람들에게 퍼부어된다. 월선과의 싸움끝에 월선은 평사리를 떠나고, 월선이 떠난 후 용은 삶의 의욕을 잃어 버린채 살아간다. 원선에 어미에게 갚을 것이 있다는 윤씨 부인은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동학농민운동 당시최참판댁만아무 일이 없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연곡사의 주지인 우관스님에 동생인 김개주가 윤씨부인을겁탈 후,무당이었던 월선네는 그 사실을 알고, 윤씨 부인을 연곡사로 보낸다. 그곳에서 환을 낳고 윤씨 부인은평사리로 돌아오지만, 젖한번 먹이지 못한 환이에 대한 미안함과 불륜에 대한 죄책감으로 치수에게 냉정한 어머니가 되어 괴로워 한다. 구천과 별당아씨의 도주뒤에는 윤씨부인이 있었다. 어떻게 며느리의 불륜을 용인할 수 있었을까? 구천이 환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독자들에게알려주고 있고, 이 사실은 최지수역시 어렴풋이 알고 있다.
평사리에 또 다른 곳에서는 몰락한 양반인 김평산이 최참판댁의 계집종인 귀녀와 모의를 꾸미기 시작한다. 노비신분에 대한 열등감과 양반에 대한 원한이 가득한 귀녀는 별당아씨가 사라지자 최치수의 사랑을 받아 면천하려 하지만, 거절당한 후 김평산, 칠성과 모의하여 아이를 갖고 최치수의 아이로 만들려고 한다. 1권은 이런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최치수가 사냥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최치수가 무엇을 사냥하려는 지를 알고 있기에 윤씨 부인은 어쩔 줄 몰라하지만, 그렇기에 아무 말도 못한다. 자신의 아내와 사라져 버린 배 다른 동생을 잡기 위해 떠난 사냥. 그와 함께 한 강포수와 수동. 한번 이라도 나왔던 인물들은 <토지>속에서 그들만의 삶을 키워나가는 인물들이다. 어느 한 인물도 그냥 나왔다 사라지는 인물들은 없다.
아직은 아무것도 아닌 인물처럼 보이는 조준구의 등장을 통해서 을미사변을 이야기 하고, 동학당의 우두머리였던 김개남을 모델로 한 김개주는 그 당시 공사노비제폐지를 통해서 노비제가 폐지된것을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잔재가 남아있는 평사리에 있는 사람들에 생각을 나타내주고 있다. 왕비의 죽음이나 갑신정변 같은 커다란 사건도 시골 마을엔 별당아씨와 하인의 도주보다 못한 사건으로 다가온다. 내 눈으로 본것도 아니고, 그 보다는 최참판댁의 일거수 일투족이 하루세끼 먹는 밥과 직접 연관이 되니 말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까지 우리 민족의 삶을 그려낸 <토지>의 막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다섯살 서희에 이야기로 시작된 평사리 최참판댁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많은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근 현대사와 수많은 사건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사상의 변화와 풍속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장엄한 세계관까지 만나게 될것이다. 역사는 커다란 사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필부들의 삶이 역사를 바꾸기도 하고, 그 역사를 <토지>를 통해서 만나려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단연 첫 손에 꼽히는 작가는 박경리이다. 그리고 그 작품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학대표선집으로 지정된 토지 다. 그러나 사실 토지 는 5세대에 걸쳐 확대되는 7백 여명에 달하는 인물들과 1897년부터 1945년까지 50년에 이르는 시간 배경 등 때문에 완독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심지어 문학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조차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을 정도라고 하며 출판사에서조차 일반인을 위한 쉬운 토지 를 기획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청소년 토지 는 고등학교 국어 및 문학 교과서에 이미 토지 가 실려 있는데도, 학생들이 읽기 쉬운 청소년용 토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가운 책이다.
청소년 토지 는 2백 페이지 분량의 도서 12권으로, 그 분량이 대폭 축소되었지만(원본 토지 3만여 매/ 청소년 토지 5천여 매) 원전 토지 의 내용과 사상 등은 그대로 살아 있다. 또한 청소년 토지 의 구성에 있어 원 토지 와 가장 변별되는 부분은 4부와 5부인데, 원작은 소설적 사건 전개보다 논설에 가까운 사상적 논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청소년 토지 는 서사 위주의 이야기 속에서 작품 본래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이는 청소년 독자들이 극적 긴장과 이야기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최유찬 교수가 전체적인 바깥그림을 그린 다음, 토지 로 박사학위를 받은 젊은 토지 연구가 이상진씨가 최초로 발표되었던 판본, 솔출판사 판본, 나남출판사 판본 등을 비교, 판본이 바뀔 때마다 발생되었던 오류들을 정리하며 부별, 권별 분량 및 주요 내용을 구성했다. 매번 수정 때마다 박경리 선생이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순서를 거쳤다. 3권이 우선 1차분으로 나왔으며 6월 말 완간 될 예정이다.
1. 어둠의 발소리
한가위
수수께끼
장날
마을 아낙들
오광대
서울 양반
무당의 딸
악당과 마녀
김 훈장과 조준구
습격
유혹
서희와 길상
2. 추적과 음모
사라진 여자
윤씨 부인의 비밀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암시
양반의 행패
황금의 무지개
금지옥엽
사냥
부록
1부의 주요 인물
1부의 가계도
1부의 주요한 역사적 사건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