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그림을 보고 클림트의 그림을 떠올리면서 뭔가 재밌는 이야기가 시작될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온다고 한다 라고 시작한 글은 쉽게 빠져들었다. 1년째 잿빛 눈이 내리고 사람들이 모두 떠난 텅빈 도시에서 컨테이너 구둣방 안에 남은 두 사람과 늙고 병든 개 반의 하루가 1년처럼 천천히 흐르는 이야기....책을 읽으면서 혹시 내가 사는 도시도 어둠에 갖혀 잿빛눈만 내리고 있는건 아닌가 싶어 창문을 열어보았다. 종말이 오기로 한 날 남자가 가족같은 개에게 닭을 구해와 삶아 먹이고 잠자는 것처럼 죽음을 맞게 해줄 때는 울컥 눈물이 솟기도 했다. 그냥 회색빛의 눈이 끝없이 내리는 암울한 이야기 같지만 종말을 앞둔 폐허의 도시에서 서로의 곁을 지키며 남을것을 선택한 두 사람의 사랑은 추운겨울을 뜨겁게 만들어준다.특이한 소재도 좋았고 이야기 전개도 좋았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함께 하는 재난 로맨스...잘 읽었다
세상은 끝나 가는데, 사랑이 시작됐다
이상기후, 폭설, 재난, 그리고 마지막 하루
종말에 대처하는 연인의 자세
장은진 장편소설 날짜 없음 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날짜 없음 은 긴 겨울이 계속되는 기이한 재난을 배경으로, 모두가 떠나 버린 텅 빈 도시에서 살아가는 연인의 하루를 다채로운 감정과 대화 들로 채워 넣은 장은진식 고립형 재난 로맨스다. 장은진의 소설에는 대부분 혼자만의 공간에 고립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타인과 단절되고 싶은 동시에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그려 내는 것은 장은진의 특기다. 대개 종말소설에서는 재난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긴 여정을 떠나거나 험난한 생존 게임에 휘말리는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그러나 장은진이 주목하는 이들은 떠나지 않고 남은 자들, ‘하지 않을 것’을 택한 사람들이다. 추위와 공포를 무릅쓰고 도시를 탈출하면 더 나은 곳에 도착할지도 모른다거나 먼저 떠나보낸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보다, 그들에겐 지금 하고 있는 연애가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이 젊은 연인의 태도는 우리 세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지니는 태도 혹은 가치관에 대한 거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날짜 없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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