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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임꺽정 전5권 세트


우리나라에서 만화는 저급하다고 여겨졌다.아이들이나 보는 혹은 부모들이 아이들조차도 못보게할만큼 유치하다는인식이꽤 오래 퍼져있었다.만화가 성인들도즐기는 매체가 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닌데, 성인들의 매체로인식시킨 그선두에는 만화가 고 고우영의 작품이 존재한다. 그는 역사물이나 중국 고전을 소재로 한 풍자와 해학 넘치는 작품으로 성인남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모았던 것이다. 임꺽정 은 고우영이 1972년 1월부터 스포츠 신문에 연재한 작품인데, 이 즈음 만화는 스포츠 일간지 연재 후 완성작 출간이라는 방식이 하나의 공식처럼자리잡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에는웹을 통해 만화가 연재되고, 한권이 완성되면 출판되고 다시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되고활용되고 있다. 다른 쟝르로 각색될만큼 만화작품들이재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높은 수준에 이른 것이다. 나만 해도 미생 같은 만화를 감탄하면서 볼만큼여성, 젊은층들로까지 독자층이넓어진것을 보면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고우영의 임꺽정 을 통해서 지난 40년동안 우리 사회가 무엇이 변했는지를 시대상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임꺽정 은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치부한탐관오리의재물을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의적의 대명사이다. 그런데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꺽정이 임금에 대해서는 칼날을겨누지 않는다는 점이다.왕족을 보자 공손하게 절을 하는 것도 그렇고, 왕을 섬기는태도를 보면그의 원망은 조선왕조를 겨낭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파싸움에 여념이없는 윤원형과 이량일가,탐관오리나 고리대금업자가 왕의 혜안과 지혜를 가리며 백성들의 등골을 빼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관리들의 가렴주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이 탄생한 72년의 시대상을 짚고 넘어가게 만든다. 임꺽정 이 연재된 72년은 유신이 선포된 바로 그 해이다. 유신무렵 우리 사회는표현의 자유가 크게 제한을 받았을 뿐더러서슬 퍼렇던 독재정권하에서 왕에게 저항하는반역의 내용으로 전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72년 당시의 시대상황과 사회분위기, 역사 인식이 맞물려 탄생한 임꺽정 이었던 것인데, 그런만큼 요즘 기준으로 임꺽정 을 보자면 진부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말은뒤집어 생각해보면 지난 40년동안 우리가 이루어낸 사회 변화, 좁혀서 말하면만화의표현과 내용에서수준이 높아진 것을보면 실로 대단하다는 결론도 가능하지 않을까. 임꺽정 은 결말에 가까와질수록책을 덮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다.그의 말로를 알기에, 그의 처참한 최후를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게한다. 그럼에도 참고 끝까지 독파했던 것은 임꺽정이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비장감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또 그가 죽음을 당하면서까지 백성들에게 재물을 나눠줄 수 밖에 없는 권력의 부패와 힘겨운 백성의 삶을 상기하게 하는 비장미를 보여주고, 그 대목에서 임꺽정 의 주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꺽정 의 결말은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처절하게 맞서 싸우다 관군에게 잡히는 것이 아니었다.그와 자웅을 겨룰만큼출중한 무예실력을 지니고 그의 동지를 여럿 죽인 윤원빈과 일대일로 싸운 뒤붙잡히기 때문이다. 아쉬웠다. 임꺽정의 마지막 체포과정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인줄 알면서도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최후까지 굴하지 않는 임꺽정이기를 기대했는데..마무리가약해서 예상했던 것보다 비장미가 떨어졌다. 임꺽정 은 고우영 작품 중에서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작품을 택한 이유는 작가고우영때문이라는 것이 8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그만큼고우영은 그 이름 석자만으로독자를 부를 수 있는 만화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발표됐던 72년 당시에는 아직 고우영의 전성시대가 열리지않았던 때였지만 그렇지만그가 명성을 얻게 되는 데에는 불과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임꺽정 은 고우영표 만화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등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을 유머스럽게 풀어가고 해석하고,개성있는캐릭터들이작품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고우영의 만화는 만개할 수 있었다. 반금련이나 무대같은 캐릭터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를만큼 고우영 만화에는 인상적인 캐릭터가 많았다. 고우영은 한국 만화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면서 만화가 대중과 가까와지게 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이다.
고우영식 이라고 하면, 일단 그 그치지 않는 말풍선 속의 풍자와 유머다. 또, 거칠면서 활달한 독특한 그림을 말해야 한다. 수호지 가 1975년, 삼국지 가 1978년에 발표되었다. 1972년 1월 1일부터 연재된 이 임꺽정은 고우영식 만화를 세상에 알리는 첫 나팔소리였던 셈이다. 이 초기 고우영식 임꺽정이 홍명희, 이두호의 임꺽정 과 사뭇 다른 읽는 맛을 낸다.